2026년 10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 운전자들이 보호용 마스크를 쓴 채 산불 연기로 자욱해진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EPA·X갈무리]
2026년 10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 운전자들이 보호용 마스크를 쓴 채 산불 연기로 자욱해진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EPA·X갈무리]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11년 만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유독성 연무가 수백만 주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칼리만탄과 수마트라섬 일부 지역에서는 하늘이 짙은 주황빛으로 변했고, 대기오염 지수는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15일(현지시간) BBC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산불을 겪고 있다. 올해 1월 이후 불에 탄 면적은 약 9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싱가포르 국토 면적의 약 12배에 해당한다.

산불 피해가 집중된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는 지난 8일 대기오염 지수(ISPU)가 1231을 기록했다. 남수마트라주 팔렘방도 1148까지 치솟았다. 대기오염 지수 300부터는 ‘위험’ 단계로 분류된다. 중부 칼리만탄주 카팅안 지역에서는 15일 지수가 1600에 육박하기도 했다.

2026년 10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 운전자들이 보호용 마스크를 쓴 채 산불 연기로 자욱해진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EPA]
2026년 10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 운전자들이 보호용 마스크를 쓴 채 산불 연기로 자욱해진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EPA]

주민들은 눈 따가움과 콧물, 목 자극, 마른기침 등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7개 주에서만 수십만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무가 짙어지면서 도로의 가시거리도 크게 줄어 주민들의 이동과 일상생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팔랑카라야에 사는 46세 주민 아디나타는 로이터통신에 “하늘이 너무 노랗게 변했다”며 “날씨 때문에 사람들의 활동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수마트라섬 페칸바루에서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63세 임라예디는 BBC에 “숨이 가쁘고 두통이 심하다. 하지만 그래도 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열악한 현지 상황을 알리고 있다. 한 인도네시아 시민은 엑스(X)에 “정부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르겠다. 비상사태이자 기후 재난인데 소방 장비와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고 썼다. 또 다른 시민은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며 대기가 붉게 변한 팔랑카라야의 사진을 공유했다.

2026년 10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의 카하얀강변에서 한 남성이 산불로 발생한 연무에 뒤덮인 주변 풍경을 보호용 마스크를 쓴 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2026년 10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의 카하얀강변에서 한 남성이 산불로 발생한 연무에 뒤덮인 주변 풍경을 보호용 마스크를 쓴 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산불이 이처럼 심각해진 배경에는 강한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장기간 이어진 건조한 날씨가 있다. 건조해진 숲과 토지가 불에 취약해진 데다, 팜유 등 농작물을 재배할 땅을 확보하기 위해 식생을 태우는 관행도 산불 확산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칼리만탄과 수마트라의 이탄지는 산불 진화가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이탄지는 식물 잔해가 오랜 기간 쌓여 형성된 토양으로, 불이 지표면 아래에서 장시간 타면서 짙은 연기를 내뿜을 수 있다. 겉으로 불길이 잡힌 뒤에도 땅속에서 불씨가 살아남아 다시 번질 수 있어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한다.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보르네오섬 서칼리만탄주의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산불과 연무 피해를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국이 산불을 예방하고 진화 작업을 감독하는 데 소홀했다며 피해 주민에 대한 의료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산불 진화와 방화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구름씨 뿌리기와 항공기 살수, 군 인력 투입 등에 이어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해 연무를 줄이는 실험에도 나섰다. 당국은 15일 항공기를 이용해 남수마트라주 팔렘방 상공에 드라이아이스 1.5t을 살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드라이아이스 살포만으로 산불과 연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무가 바람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계속 확산할 수 있고, 이탄지에서 타는 불을 완전히 진화하지 않으면 대기오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bb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