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하나 깜짝 안 한다.” 거짓말과 맞닥뜨렸을 때 흔하게 꺼내는 말이다. 실제로 작년 12월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은 곤혹스러운 질문에 대해 답변할 때 노회하게 회피하는 언사와는 다르게 눈동자가 흔들리거나 눈 깜빡임이 유달리 잦아지는 몸짓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거짓말을 다룬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었고,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 분석한 책들도 많이 나왔다. ‘거짓말’과 ‘한국인’은 한국 독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관심을 보이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한국인의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없었다. 스스로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거짓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혹시 우리의 민낯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출판사, 이 책!] 잘 속고 잘 속이는 한국인우리도 몰랐던 거짓말 신호

‘한국인의 거짓말’은 이러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국인의 거짓말에 대해 5년여의 시간에 걸쳐 추적한 결과다. 즉 오랜 시간에 걸쳐 서구인이 아닌 평범한 이웃들의 거짓말 반응 천여 사례를 수집해 그 안에서 한국인의 거짓말 특성 25가지를 찾아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거짓말할 때 드러나는 신호는 코를 만지는 따위의 몸짓을 보이는 서구인들과는 전혀 달랐으며 남녀 차이도 두드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들은, 정말 거짓말을 잘했다.

“한국인은 거짓말쟁이다.” 2016년, 이렇게 도발적인 단언으로 시작되는 일본의 한 경제잡지 기사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흥미로웠던 점은 한국인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OECD 사기범죄율 1위(2013년 WHO)라는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틀린 지적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인은 한국인을 믿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잘한다는 데에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속이는 사람 옆에는 잘 속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는 진단이 사실이라면, 그만큼 잘 속는다는 뜻도 된다. 이에 따라 이 책에서는 한국인들이 ‘어떻게 거짓말을 잘하는지’에서 나아가 한국인들이 ‘왜 거짓말을 잘하고’, ‘왜 잘 속는지’로 범위를 확장해 사회심리학에서 역사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해답을 찾고자 했다.

“속은 놈이 바보지.” ‘한국인의 거짓말’에서 꼽은 우리의 말버릇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한국인들이 거짓말을 잘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거짓말에 무뎌진 사회 분위기’다. 타인에게 거짓말을 지적받는 것은 치명적인 모욕이며, 모욕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속였다가 들키는 사람보다 속은 사람의 사회 복귀가 훨씬 힘들다. 속은 사람에게만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사회 분위기는 곧 뉴스를 통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마음 놓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참담함으로 돌아왔다.

지금 여기 한국에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럴 것이다. “더 이상 거짓말에 관대해지지 말 것.” 추수밭 허태영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