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장 개입공개 정부와 협의중”…의견 언급 피해 물가 연말 1%대 후반…금리결정 땐 향후물가 판단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미ㆍ중 무역갈등, 환율조작국 지정 등 국내 경제의 위협요인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의 원인이 된 물가 상승률 둔화에 대해서는 공공요금 하락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면서 연말께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ㆍ중 관계에 대해 “최근 중국이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미ㆍ중 간 갈등이 확산되지 않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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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미ㆍ중 무역갈등이 소위 말하는 ‘무역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최악의 상황은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면적인 분쟁으로 확산되지는 않겠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협의하는 단계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기 때문에 곧바로 갈등이 해소되기에는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미국 교역촉진법에 규정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3가지 중에서 우리나라는 2개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이상 ▷연간 외환당국 달러 매입이 GDP의 2% 이상이라는 요건들 중 마지막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만큼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개입정보 공개와 시장의 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기재부와 오래 전부터 협의하고 있고 지금도 하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서 개인적 의견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논의와 관계없이 환율은 시장에서 수급에 따라 결정되며, 쏠림 등에 의해 급격한 변동이 있을 경우에만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노력한다는 일관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환시장 개입 공개가 환율과 금리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환시장 개입공개 논의가 기조적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물론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국내 물가상승률을 둔화시키고, 환율 경로 측면에서 보면 금리인상 여지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요인 등을 두루 감안해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 둔화 배경으로 축산물 가격 하락, 석유류 가격 상승폭 둔화와 공공요금 동결 및 하락을 꼽았다. 그는 “내수 회복 등의 영향을 받아 하반기에 1%대 중반, 뒤로 가면 1%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향후 물가 상승세 회복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리정책을 펼 때 보는 물가는 지금의 물가가 아니라 향후의 물가를 본다”면서 “예를 들면 1년 후의 물가를 더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한ㆍ미 기준금리 역전이 한은의 금리 결정에 주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두 번 더 금리를 올리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75bp(1bp=0.01%포인트)까지 (금리차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경기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 상승압력이 당장 크지 않아서 예단해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대답했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금리가 인상됐을 때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상환능력이 양호한 계층이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을 보유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그에 따른 복원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현 시점에서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 총량이 크고 증가세가 여전한 점을 고려하면 중기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억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용 부진과 관련해선 “2∼3월에 취업자 수가 저조했던 것은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 일부 기업과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영향이 작용했다. 일시적 요인 외에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자본ㆍ기술 집약적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구조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 상황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거듭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해서는 “최근의 고용 개선 지연은 일시적 요인이 상당부분 가세한 점이 있고 최저임금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정도 데이터가 확인되면 그 때 다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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