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 마무리 하는 ‘극적 합의’
지속가능한 K팝 생태계 위한 협력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카카오가 내민 손을 하이브가 잡았다. 하이브는 카카오에 경영권을 양보했고,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업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1조원 ‘머니 게임’으로 비화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은 K팝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양측의 ‘극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하이브와 카카오 양측은 지난 10일 오후 협상 테이블을 마련,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 12일 마침내 합의를 도출했다.
당초 이 자리에선 양측 가운데 한 쪽이 ‘SM 인수전’에서 빠지거나, 양측이 ‘공동 경영’을 하는 방안이 오갈 것으로 예측됐다. 마무리된 합의안은 카카오가 경영권을, 하이브는 지분 매입을 중단하고 플랫폼 관련 사업 등의 협업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번 협상 테이블은 카카오가 먼저 제안했다. 양측에 따르면 카카오가 SM의 인수를 놓고 먼저 손을 내밀었고, 발전적인 논의 끝에 양측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K팝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업계에선 하이브의 이번 결정은 지난 한 달간 이어온 ‘SM 인수전’을 둘러싼 머니게임으로 인한 과도한 출혈, 그로 인한 피로감과 위기감이 커졌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등판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2배 이상 뛰어올랐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달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 총 39%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무섭게 치솟는 주가에 결국 실패했다. 카카오도 지난 7일부터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했으나, 주가는 15만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이후 투자업계에선 하이브의 2차 공개매수설이 나돌았다. 하이브가 확보한 지분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14.8%. 여기에 주당 18만원 공개매수로 지분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차 공개매수설의 등장에 하이브와 SM의 주가는 동시에 상승 추이를 그렸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시작하고 하루 만이었던 지난 8일 SM 주가는 15만원을 넘었고, 2 거래일 동안 15만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10일엔 전 거래일 대비 4.58% 하락한 14만78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하이브의 2차 공개매수설에 업계는 “하이브에 득이 되지 않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나왔다. SM의 기업가치를 상회하는 값을 치르는 것 자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내상을 입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과도한 출혈은 물론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어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되리라는 관측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와 하이브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지금까진 팽팽히 맞섰지만, 양측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K팝 업계의 피해를 우려했다”며 “현 상황을 이어가는 것이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이제 글로벌 팝 시장에서 중추 역할을 시작하려는 K팝의 긍정적 영향력 확산에 ‘SM 인수전’의 치킨 게임이 피로감만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고민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머니게임’으로 비화된 이번 인수전에선 아티스트와 팬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열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SM 경영권 분쟁에서 아티스트와 팬덤은 방패막이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지행 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은 “SM 경영권 분쟁에 팬덤이 개입할 여지가 제한적이다. 팬들은 링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며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스타를 응원하겠다’는 감정적 위치밖에 가질 수 없어 패배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측은 “K팝 업계의 발전과 지속가능성, 글로벌 무대에서의 영향력 강화와 위상 제고에 힘써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확인해 진정성 있는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이브는 지분 인수 중단을 밝히며,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인수 절차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양측이 합의에 이른 데에는 이번 인수전의 지난한 힘겨루기를 금융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하이브의 SM 지분 공개매수 기간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는 이날 양측의 결정에 대해 “(인수)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양측의 상황은 흥미롭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인수한 지분 14.8%를 가졌지만, ’경영권 없는 최대 주주‘가 됐다. 대신 하이브가 원했던 플랫폼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하게 됐다. 하이브 측은 “구체적인 플랫폼 협력 방안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정확한 협업 내용을 답변하긴 어렵지만,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보유한 SM의 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
현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를 이어간다. 카카오에선 양측의 합의로 SM의 주가 역시 안정화에 접어들면 공개매수에서도 긍정적인 결말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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