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지도부, 이준석 비판…千 “제거할 테면 제거해봐라”

대표 임명직도 친윤 하마평…비윤 등용 가능성 낮아

‘전대 불출마’ 유승민 등판, ‘전대 패배’ 이준석은 잠행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김기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김기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친윤으로 꾸려진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출범과 동시에 이준석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낙선한 당권주자들과 갈등 봉합책을 찾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비윤계에 분명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 공천 과정을 둘러싼 친윤계·비윤계 간 갈등의 막이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0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을) 제거할 테면 제거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며 “정치적인 에너지 개혁을 바라는 당원들의 열망이 있는 상황에서 그를 대표하는 정치인 몇명 제거한다고 개혁의 에너지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초등학생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위원장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의 지지를 받았으나 낙선한 후보들을 통칭하는 ‘천아용인’ 중 한 명이다.

천 위원장은 “(이준석에게) 공천장을 안 준다고 해서 과연 제거가 되겠냐”며 “선거 다음 날 하루아침에 ‘제거해야 된다’라는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당 지도부에서만 하는 얘기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쪽에서 오더(지시)가 나온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전날 새 지도부 최고위원들이 이준석계를 일제히 공격한 데 따른 것이다. 임기를 시작한 첫날부터 특정 인물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해석됐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준석 현상을 기대하고 30대, 0선을 당대표로 뽑아줬는데, 그게 마치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라고 착각을 하고 (당을) 쥐고 흔들었다”고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천아용인 후보들을 “훌리건”이라고 표현했고, 김병민 최고위원은 “천하람 후보가 과할 정도로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넘어선 비난 메시지를 냈다”고 말했다.

이준석계를 향한 새 지도부의 날선 태도는 향후 당 내 비윤계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당선 직후 경쟁주자였던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와 화합 메시지를 던졌지만, 실질적인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화합의 상징으로 비윤 인사를 당직에 등용하는 방안은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당대표가 임명 권한을 가진 주요 당직 하마평에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과 친윤계 의원들이 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극심한 내홍을 겪은 ‘이준석 지도부’를 거치며 쌓인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지도부는 이 전 대표의 궐위 이후 처음 선출된 지도부인 데다, 내년 총선 지휘를 맡아 어느 때보다 내부 잡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비윤 인사를 등용할 경우 지도부의 통일된 의견에 홀로 반박할 수도 있고, 중요한 비공개 회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비윤계 역시 당분간 공개 행보를 자제할 전망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최소한 한 달 정도는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의 대표적인 비윤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전대 종료 직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전대 결과를 ‘윤석열 사당화’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저격하는 메시지를 이틀 연속으로 내놨다. 전대에 불출마한 유 전 의원은 선거 결과에서 자유로운 데다, 친윤 지도부에 대응할 장외주자로 존재감을 키워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대 이후 계파 간 신경전을 놓고선 총선 공천이 이뤄질 올 하반기 갈등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윤계에서는 공천 논의가 활발해지는 9~10월, 중도 확장을 내세운 비윤주자들의 전면 등판을 예상하고 있다. 친윤계 지도부 출범으로 내년 총선이 ‘대통령 중간평가’가 된 상황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한 비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전대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당정이 추진하는 4대 개혁의 성과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