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주요 산유국의 전격적인 감산 조치로 유가가 급등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침체 징후가 짙어졌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셈법이 더 복잡해지게 됐다.
연준 내부에서는 잇따른 통화정책 변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기존 정책 목표에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 매파 인사인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산유국의 감산 조치) 일부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는 연준의 일을 좀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가 더 높은 수준에서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OPEC+ 소속 산유국들의 하루 116만배럴의 추가 감산 조치가 나온 이튿날인 이날 국제 유가는 1년여만에 하루 기준 최대 증가폭을 보이며 급등했다. 향후 원유 공급이 수요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추가 감산 조치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물가 대응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및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빅터 폰스포드 라이스태드 에너지 분석가는 “유가 상승 전망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금리 인상 스탠스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올해 말 금리 예상치 중간값을 5.1%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당초 연준이 연말까지 한차례 더 0.25%포인트 수준의 인상을 단행한 후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유가 우려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올리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는 변동성이 높은 유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이기 때문이다.
석유 중개회사 PVM의 타마스 바르가 분석가는 “연준의 견해는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근원 물가지수에 의해 형성된다”면서 “금리인상 속도를 줄여나가는 현재의 경로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 상승과 동시에 미국 제조업 지표가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연준의 통화정책 전략은 더욱 복잡해졌다. 물가 상승 압력과 동시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높아진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하는 3월 제조업 PMI도 49.2로 나타났다. 모두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 기준선 50 아래로,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에 있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은행 위기로 금융권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 활동에 제약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팀 퀸랜 웰스파고 수석 경제학자는 “이미 제조업 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은행 스트레스가 기업의 투자 지출 축소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최근 금융 혼란과 경제 둔화 등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쿡 이사는 미시간대 행사에서 “주택과 신용 등에서 긴축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있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락)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다”면서 “노동 시장 과열과 중국 재개 등으로 물가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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