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가격, 중간 유통업자 거치면 ‘몇곱절’ 많게는 6단계, 그 과정서 마진 붙고 또 붙고 소비자단체 “일시적 현상서 수익 조절 의심” 정부 “축산물 유통 2~3단계로 축소 노력”

“물가폭등, 주범은 따로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식료품 가격 폭등 대란의 이면에는 복잡한 식료품 유통구조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있다. 중간에서 산지가격을 뻥튀기함으로써 소비자 지갑만 더 열게 하는 ‘유통 마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간에 ‘악덕업자’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많게는 여섯단계까지 이어지는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다보면 식품 가격은 기존 산지가격의 곱절 이상 씩 상승하고 있다.

11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와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산지에서 1kg당 1307원에 거래되고 있는 닭고기 1kg은 소비자가격이 지난 10일기준으로 평균 5107원에 거래됐다. 산지가격에 비해 3.91배나 껑충 뛴 것이다.

한우 소고기는 산지가격이 1kg당 9731원이었지만 도매와 소매 유통을 거치면서 소비자가격이 7만9892원(8.21배)까지 치솟았다.

당근과 감자 등 채소와 전곡류도 정확한 산지가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문가 말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소매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가격이 3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부터 한국을 덮쳤던 ‘따뜻한 겨울’과 태풍 등 기상이변이 식료품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물가 폭등의 이면에는 유통과정에서 중간 유통업자들의 마진율이 지나치게 높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개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은 산지에서 농협 등 지역단위 협동조합과 중간 도매업자들을 거쳐서 소매시장으로 유통된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지역단위 협동조합과 중간 유통업자들을 거쳐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 과정은 복잡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과정은 많게는 6개 단계까지 펼쳐지기도 한다. 산지와 직접 접촉하는 유통업자,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수급상이 존재하며 그 위에도 다른 도매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가 받아드는 식품가격 상승의 주범이라는 게 유통관련업자들의 귀띔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벤더(vendorㆍ중간유통업자)들이 남기는 마진은 대략 6~10%정도이며, 대형마트도 많게는 20%까지 마진을 남긴다”며 “중간에 다양한 유통업자들의 손을 거치게 되면, 상품가격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까지 상승하며 어떤 때는 하늘 모른 줄 치솟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중간유통업자들을 줄이는 과정에 고민하고 있고, 실제 그 방안을 실천 중이다. 예전에는 3대 대형마트 체인이 모두 중간 유통업자 의존도가 90%까지 높았지만 이 비율을 거듭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중간 유통업자를 줄이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관계자는 “대형 유통채널 입장에서는 산지에 대한 정보가 중간 유통업자보다 부족하기에 산지와의 직접 계약은 힘든 상황”이라면서 “그러다보면 밴더사를 가운데 끼게 되는데 여기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같은 중간유통 과정에 대해 소비자단체들도 ‘지나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최근 식용유가격의 인상에 대해 “일시적 현상을 빌미로 (일부 중간유통업자들이) 가격을 올리고 수익을 조절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시국이 어지러운 틈을 타서 이윤만을 생각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비윤리적 기업들이 있는데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을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물가 폭등과 관련해 “지난해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방안을 통해 유통단계를 현재 4~6단계에서 2~3단계로 줄여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을 연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에 여러가지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배문숙ㆍ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