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내년 6월 만 70세로 정년퇴임

기정사실된 대법관 2명 공백…재판 차질 불가피

與, 사퇴·탄핵 압박 드라이브…입법 대응도 난제

조희대 대법원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년 6월 정년퇴임까지 9개월여의 임기를 남겨둔 가운데 정부·여당과 사법부 간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이후 이어져 온 갈등은 최근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 논란을 계기로 더욱 커졌다.

조 대법원장에게 남은 임기는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대법관 공백으로 주요 상고심 재판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신을 향한 여권의 사퇴·탄핵 압박과 사법개혁 입법에도 대응해야 한다. 특히 대법관 인선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법원의 재판 기능에 끼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1957년 6월 6일생으로 만 70세가 되는 내년 6월 정년을 맞아 퇴임한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헌법상 6년이지만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정년을 각각 70세로 정하고 있다.

임기가 9개월 가량 남은 조 대법원장에게 있어 해결이 시급한 과제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이 대법관 공백이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데 이어 다음 달 7일 이흥구 대법관도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주어진 시간상 이 대법관의 후임자가 퇴임일까지 임명되기 어려운 만큼 대법관 2명의 동시 공백은 기정사실이 됐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 전 대법관과 이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문제는 노 전 대법관 후임인 손 부장판사의 제청을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충돌하면서 불거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의 대면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진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사실상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노 전 대법관의 빈자리는 상당 기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면 제청 논란이 불거진 후 이 대법관의 후임 인선 시계도 덩달아 멈춰 있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는 대법원 업무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들이 4명씩 3개 소부를 구성해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을 처리한다. 대법관 2명의 동시 공백은 소부 구성부터 사건 배당, 심리 및 선고에도 차질을 불러오게 된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고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에도 굵직한 사건들이 쌓이고 있다. 대법원은 현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혐의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상태다.

향후 대법원이 떠안게 될 주요 사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른바 3대 특검팀(내란·김건희·해병대원)이 재판에 넘긴 주요 사건들이 1·2심을 거쳐 잇달아 대법원에 올라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 기소 사건은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재판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을 향한 여권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면 제청 논란 이후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31일 현안질의에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안건을 야당의 반발 속에서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의 ‘2차 사법개혁’ 입법 추진도 조 대법원장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장의 지휘 아래 법원 인사·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입법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주도로 발의된 관련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법원행정처 폐지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인 만큼, 입법이 본격화될 경우 사법부와 여권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퇴임 직전인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되는 천대엽 대법관 후임 제청에 나선다면, 인선에 대한 정치권과의 충돌도 재발할 수 있다. 이번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협의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천 대법관 후임을 가리는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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