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트레이더 (5) 1484% 수익률의 정체는 단순히 ‘운’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공개되면서 PC 안에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시키거나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헤럴드경제는 기자가 공개된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차례로 싣는다. 매매는 모두 모의 거래로 진행했으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초파리 뇌 배선도로 만든 가상 뇌에 비트코인 매매로 돈을 벌면 보상을 주고, 손실은 불이익으로 학습시키자, 학습에 사용한 차트에서는 1484%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무작위 시점을 골라(2025년 1월~2026년 9월 시점) 다시 테스트 해보자 성적은 -32.7% 손실로 뒤집혔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사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들고만 있었을 때(-21.4%)보다도 나빴다.
헤럴드경제는 초파리 뇌를 PC에서 작동시킨 가상 초파리 뇌로 비트코인 모의 매매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과학자들이 완성한 초파리 뇌 배선도를 바탕으로 차트 정보를 초파리가 알아듣는 냄새 신호로 바꿔 넣고 가상 뇌가 냄새에 다가가는 반응은 매수로, 멀어지는 반응은 매도로 읽는 방식이다.
1484% 수익률의 정체는 무조건 매수하는 방식이었다. 가상 뇌가 배운 매매 방법은 차트와 상관없이 늘 비트코인을 사 두고 2% 떨어지면 파는 단순한 규칙과 똑같았다. 학습에 쓴 차트가 오르는 구간인 시점이라 비트코인을 사 두기만 해도 큰 수익이 났던 것이다.
초파리에 강화학습 시도했지만…결과는 실패
가상 초파리 뇌를 가르친 방식은 ‘강화학습’이다. 매매 결과가 좋으면 보상을 주고 나쁘면 불이익을 줘서 보상을 많이 받는 쪽으로 행동을 스스로 바꾸게 하는 학습법이다. 사람이 정답을 알려 주지 않고 결과만 알려 준다는 점에서 시행착오로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첫 번째 학습에서는 번 돈과 잃은 돈만 따져서 보상과 불이익으로 줬다. 그러자 가상 초파리는 아예 거래를 하지 않았다. 매매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인 0.06%보다 한 번 사고팔 때 드는 수수료와 호가 차이인 0.11%가 더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파리는 거래를 하지 않으면 손해도 보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배우게 됐다.
이번에는 거래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줬고 가상 초파리는 수백번의 매매를 시작했다. 초파리는 학습에 사용한 차트에서 271번 사고팔아 1484%를 벌었는데, 매매 내용이 비트코인을 늘 사 두고 2% 떨어지면 파는 단순한 규칙과 똑같았다.
초파리 배선을 무작위로 뒤섞어 만든 가짜 가상 뇌와 초파리와 상관없는 일반 인공지능(AI) 신경망에 같은 학습을 시켜도 결과는 소수점까지 같았다.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2025년 1월~2026년 9월 차트에서 이같은 방식의 매매로 돈을 번 경우는 전체 매매의 12%에 그쳤다.
그래서 초파리에게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을 때보다 수익이 높아야 하고, 전체 기간의 90% 넘게 비트코인을 들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새로운 규칙을 정해봤다.
여러 차례 반복해 시도했지만 초파리는 모두 늘 비트코인을 사 두는 쪽으로 끝났다.
가상 초파리는 매 순간 사기·기다리기·팔기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 확률로 정한다. 그런데 새 규칙에서도 가상 초파리는 차트가 오르든 내리든 매수를 고를 확률이 늘 91.4%로 같았다. 차트와 상관없이 거의 매번 비트코인을 사는 쪽을 택했다는 뜻이다.
같은 조건에서 AI는 453번 사고팔며 상황에 따라 사고, 팔고, 기다리는 행동을 나눠 했다. 반면 가상 초파리는 차트 기간의 99.9%를 비트코인을 손에 든 채 팔지 않고 버텼다.
가상 초파리 기억력은 0.1초 수준
가상 뇌가 차트 흐름을 배우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억이다. 차트를 읽으려면 직전 차트를 기억해 두고 지금 차트와 비교해야 한다. 가상 뇌가 조금 전에 받은 신호를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는지 따로 검사해봤다.
검사는 초파리 뇌의 학습·기억 중추인 ‘버섯체’ 회로로 했다. 생김새가 버섯을 닮아 붙은 이름으로 가상 뇌에서는 신경세포 8572개로 이뤄져 있다.
가상 초파리의 버섯체 회로에 무작위 신호를 계속 흘려보낸 뒤, 상태만 보고 조금 전에 들어온 신호를 되살릴 수 있는지 14번 확인했다.
확인 결과 가상 초파리는 14번 모두 0.2초 전에 받은 신호조차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가상 초파리는 무작위 신호에 대해 0.1~0.15초가 지나면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갔다. 차트는 분과 시간 단위로 움직이는데 가상 초파리가 기억하는 것은 0.1초 남짓이었던 것이다.
이는 실험에 사용한 시뮬레이션 방식의 한계다. 실험에 사용한 모형은 신경세포가 신호를 쌓았다가 내보내고 곧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기본 동작만 흉내 낸다.
실제 뇌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을 천천히 조절해 신호를 오래 붙잡아 두는 화학 신호 등은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실제 초파리의 기억력으로 볼 수는 없다.
3% 벌던 초파리, 열흘 뒤 손실
강화 학습 없이 가상 초파리의 반응을 미리 만든 표대로 사고파는 초파리도 손실로 돌아섰다.
과거 차트를 가상 뇌에 하나씩 냄새로 맡게 해 어떤 차트에 어떻게 반응할지 표로 만들어 두고, 새 차트 정보가 들어오면 표와 비교해 사고팔게 한 초파리다.
해당 초파리는 지난달 21일부터 실시간 모의 매매를 시작해 이달 6일까지 3번 사고팔아 3.16%를 벌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었을 때보다도 2.2%P 높았다.
열흘 뒤인 15일 성적은 5번 매매에 -2.52% 손실이었다. 13일에 산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간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을 들고만 있었을 때(-4.17%)보다는 덜 잃었다.
3번의 매매로 낸 수익은 실력과 운을 가리기 어려웠고, 2번을 더 사고팔자 성적은 손실로 바뀌었다. 매매는 모두 실제 돈이 아닌 모의 거래로 진행했다.
한편 초파리 뇌 대신 초파리가 냄새를 따라 먹이를 찾는 행동 규칙을 옮긴 가상 초파리 30마리는 12일간 모의 매매에서 수익을 이어 갔다. 다만 거래 수수료가 없는 거래소를 전제로 한 성적이다. 거래소의 수수료를 반영해 다시 계산하는 실험이 이어진다.
공개된 초파리 뇌로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4주간 토·일요일 연재합니다.
dbsdn11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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