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위 국감에서 두 차례 머리 숙여
올해 박물관 관람객 700만 예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개인 소장품 출품 및 검증 없는 전시에 대해 “박물관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게 했다”면서 사과했다.
유 관장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박물관에 보내 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이 노력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중대한 불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머리를 숙였다.
유 관장은 “그 어떤 학술적 취지나 설명도 국민들께서 느끼실 실망감 앞에서는 핑계가 될 수 없다”며 “개인의 중대한 잘못”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앞서 지난 8월 국중박에 전시된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과 관련, 전시 당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라고 소개됐으나 개막 한 달여 만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박물관은 작품 검증에 착수,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과 함께 검증한 결과 박중양의 글씨로 결론을 내렸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당시 중추원 참의,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을 지냈으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의 ‘수양아들’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이 유묵은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으로 드러나 더 충격을 안겼다. 유 관장은 지난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해당 유물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경매에서 유묵은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으며, 시작가 1만원에 출품돼 5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박물관과 유 관장은 총 4차례에 걸쳐 부실한 전시품 검증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유묵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유 관장은 또 유묵 ‘일반시국은’의 당초 제작자로 잘못 알려진 박원근 지사와 유족에게도 사과했다. 그는 “고증 오류로 독립운동의 명예와 유족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박원근) 애국지사와 유족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부터 개인 소장품임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전시품 철수, (작품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할 때 대국민 사과를 올렸으나 당시 관장 개인 소장품임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며 “미술사학자로 살아온 내 실수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은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이 밖에도 유 관장은 올해 박물관 관람객에 대해 “오늘 기준으로 박물관 관람객이 600만명을 넘어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며 “올해는 연간 관람객이 7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으로 인한 반짝 상승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일상에서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 공간이 됐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 관장은 논란이 된 유묵 외에 국중박 ‘우리들의 밥상’ 전시에 자신이 소장한 자수 상보자기도 출품했다. 부인이 기증한 ‘돌 호랑이’ 상은 열린마당 계단에서 전시 중이다. 유 관장은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해당 유물을 구입했다고 주장했지만, 문화계에선 기증 여부와 상관없이 유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세탁’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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