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수출전문공장 가동…2043억원 투입

180m 생산라인서 K-라면 연간 5억개 생산

수출용 품목 전환 시간 단축…AI 적극 활용

신라면 해외 매출 비중 71%, “제품군 확대”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신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농심 제공]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신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농심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정대한 기자] 넓게 펼쳐진 연노란색 반죽이 생산설비를 따라 쉴 새 없이 이동한다. 반죽은 여러 대의 롤러를 통과하면서 점차 얇아진다. 이후 꼬불꼬불한 면발로 잘려 나온다. 면은 기름에 튀겨진 뒤 냉각을 거쳐 비로소 ‘라면’이 된다.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이어지는 라인 길이는 180m다. 원료가 라면으로 만들어져 포장되기까지는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5일 찾은 부산 강서구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농심이 2043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첫 수출전문공장이다. 이곳에는 봉지면 2개, 용기면 1개 등 고속 생산라인 3개가 들어섰다. 생산라인에서는 분당 최대 600개의 라면이 쏟아져 나온다. 기존 일반 생산라인보다 2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농심은 10월 29일부터 신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아파트 11층 높이의 6층 건물로, 연면적은 4만8178㎡다. 생산 속도와 포장 효율을 높이고,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공정 전반에 적용했다. 하루 최대 178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 전경. [농심 제공]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 전경. [농심 제공]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은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서 “녹산 공장은 3개 라인을 우선 가동해서 현재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수요에 대비해 생산라인을 최대 8개까지 추가할 수 있도록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녹산공장에서는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등 22개 품목을 생산한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과 호주, 대만, 인도 등이다.

농심은 국내(6개)와 미국(2개), 중국(2개) 등 10개의 라면 생산 거점을 갖추게 됐다. 신공장 가동으로 국내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연간 7억개에서 12억개로 늘었다. 국내 내수용 생산능력 33억개와 미국·중국 현지 공장의 17억개까지 합치면 전체 라면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62억개다.

농심이 꼽는 녹산공장의 경쟁력은 다양한 수출용 라면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용 라면은 제품별로 면의 굵기와 배합 등이 다르다. 같은 제품이라도 수출국에 따라 포장지의 언어와 표시 사항, 포장 규격 등이 다르다. 늘어나는 해외 물량을 소화하려면 다양한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를 빠르게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정대한 기자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정대한 기자

농심은 기존 약 120분 걸리던 품목 전환시간을 신공장에서 30분으로 줄였다. 배합수를 미리 준비하는 여유 탱크를 마련하고, 설비 내부를 자동으로 세척하는 시스템(CIP)을 도입했다. 기존 제품을 생산하는 동안 다음 제품의 생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생산 효율이 약 17.6% 높아졌다고 농심은 설명했다.

AI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도 생산 효율을 높이는 요소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으로 작업 지시가 내려오면 이와 연동된 생산관리시스템(PMS)이 설비 조건을 자동으로 설정한다. 갑작스러운 생산라인 중단을 막기 위해 설비의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AI 기반 예지보전 시스템도 도입했다.

생산라인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는 작업에도 자동화 기술이 활용됐다. 자율주행 이동로봇(AMR)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면서 스프와 포장재 등 원부자재를 생산 현장에 공급한다. 포장공정에서는 자동화 설비가 제품을 다음 공정으로 이송한다.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정대한 기자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정대한 기자

제품 검수에는 AI 딥러닝 기반 품질검사 시스템이 활용된다. 포장지의 미세한 구멍이나 이물질, 소비기한 표시 오류 등을 감지해 불량 제품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중량검사기와 X선 이물 검출기, 금속 검출기 등도 별도로 운영해 제품의 무게와 이물 혼입 여부를 확인한다.

신공장 가동은 농심의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심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은 40.2%다.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의 해외 매출 비중은 71%에 달한다. 농심에 따르면 2021년 5000억원 수준이던 신라면 해외 매출은 지난해 1조150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늘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소비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한국 음식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맛있는 라면이기 때문에 구매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 브랜드는 신라면 툼바, 신라면 로제 등 해외시장을 겨냥해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다. 지 부문장은 “신라면은 앞으로는 다양한 플레이버(맛)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1년에 1~2개 이상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내부 상품기획 프로세스를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신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농심 제공]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서 신라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농심 제공]

농심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국물이 없는 ‘비국물면’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민텔에 따르면 세계 라면 신제품 중 비국물면 비중은 2024년 22%에서 지난해 24%로 높아졌다. 비국물면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 툼바는 2024년 11월 출시 이후 올해 9월까지 해외에서 누적 1억4700만개가 판매됐다. 올해 1~9월 판매량만 8757만개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올해 5월 출시한 신라면 로제도 글로벌 판매를 본격화한다. 토마토와 크림에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과 고추장 맛을 결합한 제품이다. 처음부터 토마토 맛을 선호하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개발됐다. 농심은 한국의 맛을 결합한 새로운 볶음면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1분기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며 “독보적인 스마트팩토리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전사 매출 7조3000억원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kore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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