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보유, 국내 상장사 40%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 가능성

[헤럴드경제=김나래 기자] 5%룰(지분 대량보유 공시의무) 완화·사외이사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르면 다음주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당국의 발걸음이 구체화하면서 기업들은 노심초사 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경영권 개입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5%룰 완화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르면 다음주 증선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때 재계에서는 이미 증선위를 통과해 국무회의에 상정됐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5%룰은 투자자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때 관련 내용을 5일 이내에 보고·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5%룰이 완화되면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공시 의무 없이 자유롭게 상장기업의 지분을 늘릴수 있다.

이와 관련 5개 경제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연구원,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연일 강한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5%룰’을 완화할 경우, 정관변경·이사해임 등 경영사안까지 주주권 행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등 결격요건을 강화하고, 이사·감사 후보자의 개인정보 공개를 확대해 기업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가운데 40%가량은 지분율이 5%를 넘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716개 국내 상장사 가운데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19개사, 2대 주주는 150개사에 달했다. 3대주주(59개사), 4대주주(24개사), 5대주주(14개사)까지 포함하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 10곳 가운데 4곳은 주요 주주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투자대상 716개사의 38.1%인 273개사에 달한다. 이 중 보유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개사다.

기업 관계자는 “ 5%룰이 완화되면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해 많은 민간기업 경영에 손쉽게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여전히 기금운용위원회에 현직 장관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등 독립성 없는 구조로, 산하 위원회 구성도 비중립적”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클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5%룰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증선위와 금융위의 의결 등의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상장사들의 우려도 충분히 듣고 있다. 여러 가지를 감안, 시행령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절차상 법을 우회했다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우선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법리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를 통한 입법이 아닌 행정부의 시행령에만 의존해 국가 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개정안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규정한 부분이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의 위임 범위를 위반해 3권 분립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