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은 소중하다. 돌다리를 열 번은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결정 내리는 것이 투자다. 그래서 투자는 때론 ‘미래의 가치’보다 ‘과거의 성과’를 근거로 결정 내려지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투자인 주식·펀드와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대규모 손실 사태를 불러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경우 최고 95%에 이르는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아직 손실액 산정이 끝나지 않은 ‘라임 사태’의 경우 수천억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손실률은 마이너스 60%대 안팎을 헤아린다. 두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일단 펀드 투자를 계획했던 사람들은 대규모 손실에 투자를 주저할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말 사모펀드(PEF) 시장은 두 사태 여파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신뢰를 잃은 시장의 말로다.

금융시장이 신뢰를 잃은 것은 위의 두 특수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주식시장도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예컨대 10년 전인 2010년 12월 코스피지수는 2000대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이후 10년인 2020년 1월 마지막날의 코스피지수는 2100대다. 투자 수익률은 어림잡아 5%대,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코스피에 돈을 집어넣은 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난 10년간의 부동산 가격을 보자.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 2010년 서울 소재 중위대 아파트 가격은 5억원 안팎이다. 10년 후인 2020년에는 서울 소재 아파트 중위 가격이 처음으로 9억원을 넘어섰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상승률은 더 높다. 아파트 불패 신화는 그래서 나왔다. 정부가 15억 이상 가구의 대출을 금지하는 등 초강경 대책들을 쏟아내고서야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 10년 한국의 큰 투자 시장을 요약하면 한국의 자금들은 주식이나 펀드보다는 부동산으로 쏠렸다. 거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한국 코스피를 해외 지수들과 비교해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대표적인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경우 10년전인 2010년 1만1100포인트 선에서 2020년 1월에는 2만9300선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웃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2010년 9800포인트 안팎을 오갔으나 최근에는 2만2700선을 넘어섰다. 두세배씩 성장했던 것이 미국과 일본의 주가지수다.

말하고 싶은 것은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는 때때로 불거지는 각종 대형 손실 사건 등으로 맥을 추지 못했고 금융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대신 매년 억대로 뛰어올랐던 집값은 ‘투자는 역시 부동산’이라는 세간의 인식으로 이어졌고 부동산 가격을 올린 여러가지 요인 중에 하나로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믿음을 못주는 금융시장 대신 부동산 시장이 확고한 투자처로 자리잡은 셈이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현금성 자산을 의미하는 부동자금이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10조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책 발표를 잇따라 발표한 것이 부동자금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투자는 신뢰가 있어야 이뤄진다. 금융 시장에 대한 세간의 신뢰 회복 없이는 갈곳 잃은 시중 자금은 당분간 더 ‘부동자금’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