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입법때 기업목소리 반영’ 주문
주52시간제 보완, 유연근로제 확대
차등의결권등 경영권 방어수단 시급
집단소송제·공정거래법 개정 우려
전문가 “신사업 투자 분위기 만들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국내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21대 국회가 30일 개원한다. 21대 국회는 재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규제완화·입법시 기업 목소리 반영해달라=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 단체들은 21대 국회가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것을 일제히 주문했다. 세계적 경기침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경영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각종 입법·규제 개선 등 과정에서 재계 목소리를 일정부분 반영해 기업이 변화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재계는 ▷주52시간에 따른 유연근로제 확대 ▷노사관계 재정립 ▷상법상 특별배임제 적용 배제 요건 신설 ▷대형마트 규제 완화 ▷원격의료 제한 규제 철폐 ▷상속세율 인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법인세율 인하 ▷신산업, 기간산업 설비·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요구사항들로 꼽았다.
재계는 주52시간에 따른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단위기간 확대 등 유연근로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노사합의를 통해 최대 3개월까지 근로시간 총량을 유지하되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재계는 6개월 이상으로 늘리길 원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산업환경이 변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만큼 획일적인 주52시간제보다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근로시간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가 상속세율 인하도 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재 50%에서 25%로 인하하고, 20%인 최대주주 주식 할증률을 폐지해달라는 부탁이다. 또 특별배임죄 적용 과정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신설해달라고 부탁했다. 배임죄 적용시 경영자가 합리적 근거에 의한 판단이라는 점이 입증되면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배임죄가 상당히 폭넓게 적용된다”며 “경영과정에서 예측하지 못 한 상황은 발생하는 만큼, 당시 최선의 결정이란 점이 증명되면 용서해주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21대 국회가 상법 개정을 통한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여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 신설, 신사업과 기간산업 설비·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도 적극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세율 기준 25%에 달하는 법인세율 인하도 당부했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1.7%)보다 높다”며 “OECD 평균 수준으로 인하되면 기업투자가 촉진되고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도입·공정거래법 개정 가능성 우려=재계는 21대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은 공정거래법과 집단소송제법안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집단소송제(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증권관련 분야에만 한정된 집단소송법을 제조물과 식품 분야 등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법무부는 의원 입법을 통해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법안(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야당과 기업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한 177석을 얻으며 법안 처리가 유력해졌다.
민주당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도 예고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가격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의심스러울 경우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은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기존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는 20%)에서 지분 20% 소유 계열사로 확대하도록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폐지되고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 법률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사회적 요구로 도입이 불가피한 만큼, 도입 과정에서라도 기업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1대 국회가 무리한 규제보다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여 경영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과)도 “기업 경영의지를 꺾는 법안보다는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법안들이 많이 논의돼야 한다”며 “21대 국회가 각종 규제완화와 보완 입법을 통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신사업에 투자하고, 키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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