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노윤정 기자] 50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토론이 끝난 후에도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아쉬움이 가득했다.지난 18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진중권 교수를 게스트로 초대해 ‘혐오주의를 혐오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안건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이날 토론의 주제는 바로 ‘혐오주의’. 이 말부터가 외국인인 ‘비정상회담’ 멤버들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울 법한데 토론과정에서는 ‘타자화’, ‘희생양’, ‘진화심리학’, ‘수평폭력’ 등의 어려운 용어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에 타쿠야는 “너무 어렵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 생각을 분명히 밝히며 토론을 이어갔다.그리고 이날 토론의 중심에는 ‘토론의 대가’ 진중권 교수가 있었다. 아니, 이 말은 정정해야겠다. 당연히 토론의 중심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그가 이날 토론에서 전면에 나선 횟수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진중권은 할 말이 있는 듯 손을 들었다가도 타이밍을 잡지 못해 다시 손을 내리는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히며 깨알 같은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리하게 끼어들어 의견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MC 전현무가 “거의 책 한 권 쓰셨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메모해가며 다른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적당한 때 발언 기회를 잡고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충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토론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대학 교수답게 간혹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해 외국인 멤버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긴 했지만, 예시를 들어가며 ‘혐오’와 ‘혐오주의’의 차이를 설명하는 등 어려운 학술적인 용어들을 풀이해주기도 했다.‘혐오주의도 표현의 자유다’라는 명제를 두고 의견 대립을 보인 타일러 라쉬(미국)와 벨라코프 일리야(러시아)·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다니엘 린데만(독일)의 입장 차이를 정리하고, 그 차이가 발생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설명한 것 역시 진중권의 역할이었다.이날 진중권의 모습에서 '싸움꾼', '독설가', '모두까기 인형'('호두까기 인형'에서 비롯한 신조어로, 항상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을 일컬음) 등의 별명은 떠올리기 힘들었다. “‘100분토론’보다 끼어들기가 더 힘들다”고 약한 소리를 할 정도로 치열하게 토론에 참여했지만,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공격하기 보다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듣는 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진중권이 참여한 ‘비정상회담’은 그야말로 ‘토론의 품격’을 보여줬다. 어려운 말을 사용하고 ‘나 잘났소’ 잰 체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의견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것, 그리고 치열한 토론이 끝난 후에는 서로 웃으며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것. 여기서 바로 진정한 ‘품격’이 느껴졌다. 서로 다른 국적과 성향을 가진 멤버들이 참여한 ‘비정상회담’은 언제나 건전한 토론 문화를 지향한다. 그런데 이날 ‘비정상회담’에서는 그 것이 새삼 더 와 닿았다.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왔던 진중권이 솔선하여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까, 대한민국 대표 지성 중 한 명인 그의 출연으로 토론에 전문성까지 더해져서 그런 것일까. 어느 쪽으든 진중권 교수님, ‘비정상회담’에 다시 한 번 나와 주실 수는 없을까요?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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