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데뷔 이후 지난 시즌까지 373경기에 등판한 투수. 하지만 그의 선발등판은 13번이 전부였다. 마지막 선발등판은 2010년 5월 5일로 무려 5년 전. 선발승 역시 2010년 4월 22일 사직 KIA 전이 마지막이었다. 나머지 360번의 불펜등판. 그의 보직은 '좌타자 전문 스페셜리스트'였다. 롯데 자이언츠 이명우 이야기다.그런 그가 다시금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서는 투수가 됐다. 송승준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팀 사정이 그를 5년 만에 선발투수로 만들었다. 올 시즌 역시 불펜투수로 시작해 8월 말까지 46경기 구원등판한 이명우였다. 자연스레 '선발투수 이명우'가 가진 5년의 공백이 우려됐다.이명우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다. "사실 예전처럼 완봉승이라든가 이런 기대는 없었다. 그저 5이닝만 잘 막는 걸 목표로 삼았다. 주위에서도 '5회까지만 잘 막으면 중간계투들이 알아서 해줄 거다'라며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이명우의 선발행.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8월 30일 NC전에서는 우려가 이명우를 이겼다. 3회까지 1실점으로 버텼지만 4회가 고비였다. 에릭 테임즈와 이호준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해 한 점을 내준 이명우는 번트 타구 처리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59개. 이후 구원투수 이성민이 승계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내 이명우의 자책점은 늘었다. 3⅓이닝 6피안타 3실점. 무사사구 경기였다는 위안거리는 있지만, 이명우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내 투구내용도 아쉬웠지만 그 경기에서 팀이 진 게 더 아쉬웠다. 비록 내가 패전투수가 된 건 아니었지만 그 아쉬움을 숨길 수가 없더라. 그래서 한 번 더 선발등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독하게 마음먹었던 것 같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이명우의 선발행. 두 번째는 이명우가 우려를 이겼다. 5일 잠실 LG전에 나선 이명우의 기록은 5이닝 6피안타 3사사구 2자책점. 투구수는 80개였다.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특히 1,962일 만의 기록이라는 걸 강조하셨다. 하지만 거기에 딱히 큰 감흥은 없었다. 그저 팀이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리고 이명우는 시즌 세 번째 선발등판에서도 우려를 이겼다. 이번에도 5이닝을 던지는 동안 3실점. 다만 이명우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의 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아쉽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된 걸 어쩌겠나. 전혀 아쉽거나 원망스럽지 않다. 대신 감회가 새롭더라.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는 게 오랜만이었으니까. '내가 하던 건데 저거!'하면서 남 일 같지 않았다. 다시 불펜으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책임감 있게 던질 것 같다." 잠시 여담. 이명우는 당시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사투리 쓰지 않으려고 하는 듯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줬다. "말하다 보니 사투리를 안 쓰려고 의식했다. 사실 팀에 서울 출신 선수들도 많은데, 그들과 대화하다 보니까 말투에 서울말이 섞인 것 같다. 그렇지 않나?"라며 너털웃음 짓는 이명우. 팀의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는 선수다웠다.이제 송승준이 부상에서 복귀해 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이명우의 보직이 애매해졌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5선발 요원으로 박세웅와 이명우를 저울질하고 있다. "매일 '오늘이 마지막 선발등판'이라고 생각하고 던진다. 보직에 상관없이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굳이 목표가 있다면 다치지 않는 거? 안 다치고 팀에 보탬이 돼서 꼭 5강 가도록 만들겠다." 이명우의 다짐이자 남은 시즌 계획이었다. 인터뷰 마칠 무렵, 이명우가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9월 초 롯데의 활약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저희 팀'말고 '우리 팀'이라고 하고 싶다. 팬들도 팀의 중요한 부분이니까. 보는 것처럼, 보는 것보다 더 우리 팀 분위기 좋다. 지금처럼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반드시 5강으로 보답하겠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 팀이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 [헤럴드스포츠(사직)=최익래 기자 @irchoi_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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