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애플은 미국에서 통신사를 제치고 소비자와 직접 2년 계약을 맺어 매년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해주는 새로운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메이저 제조사가 아닌 중견기업과 손잡고 전용폰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간의 역학 관계가 바뀌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부 업계의 관측이다.

애플은 지난 9일 아이폰6Sㆍ6S와 함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애플은 지난 9일 아이폰6Sㆍ6S와 함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먼저 한국에선 SK텔레콤이 TG앤컴퍼니와 손잡고 대만 기업 폭스콘에서 생산한 ‘루나’의 인기가 의미심장하다. ‘루나’는 아이폰6를 닮은 디자인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편의성, 프리미엄폰 이상의 사양을 갖추고도 40만원대로 출시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제품은 특정통신사 가입자만을 위한 ‘전용폰’이라는 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존 메이저 제조사가 아닌 중견 기업이 생산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통통신사로서는 기존 메이저 제조사의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의 프리미엄폰 출시 사이클에 따라 돌아가는 통신 시장의 주요 흐름을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루나’의 인기에 힘입어 전용폰 출시와 중소기업 제품 생산이 이동통신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역학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일으킨 제조사발 변화의 바람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6S와 함께 새로운 가격정책을 발표했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할부판매제다. 소비자가 애플과 직접 2년 약정을 하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면 1년마다 최신 아이폰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동차 판매에서 일반화된리스제도를 일부 차용한 정책이다. 매달 할부금은 아이폰 신작 중 제일 저렴한 모델인 16GB의 아이폰 6S의 경우 32.41달러, 제일 고가인 128GB의 아이폰6S플러스가 44.91달러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애플이 소비자와 직접 약정을 맺는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통신사가 2년간 가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단말기 구매 가격을 할인해줬다. 단말기는 어떤 제품을 선택하든 관계없었다. 하지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따르면 소비자는 2년간 할부금을 내면서 애플 아이폰을 계속 사용하게 되고, 가입 통신사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미국 업계에서는 애플의 새로운 가격정책이 통신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통신사로선 반가울 리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통신사가 제공하는 단말기 할부금과 비교하면 소비자에겐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따른 월납부금이 좀 더 많다. 하지만 1년마다 신형 아이폰으로 바꿀 수 있을 뿐더러 통신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가장 큰 매력이다.

이를 통해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타사 제품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단말기 교체 주기를 빠르게 함으로써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미국의 주요통신사들이 약정제도를 폐지하고 단말기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생길 수 있는 판매량 감소를 막을 수 있다.

기존에 통신사를 통한 판매에 들어갔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초고율인 영업이익을 자랑하는 애플이 단말기 1대당 마진을 더욱 높일 수 있다. 1년마다 교체된 중고 구형 아이폰은 리퍼 제품으로 가격을 낮춰 미국 뿐 아니라 신흥 시장에 되팔 수 있다. 중저가폰을 생산하지 않는 애플로서는 ‘중고폰’이 사실상 중저가폰 시장에 대한 대응전략품이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아이폰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성공할 경우 다른 지역과 국가로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제조사들도 이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가격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통신사 주도의 통신 시장 역학관계가 변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