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외환위기도 겪었고 워크아웃도 이겨냈지만, 조선업에 몸담은 지난 50년 통틀어 최근 100일이 가장 힘들다.”(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한 지난 15일 조선해양의 날 행사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의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곧 닥칠 정무위와 산업위 국정감사 준비 탓이다. 정무위 국감에서는 대우조선의 전현직 CEO와 최고재무책임자 등 6명이 증인석에 나란히 선다. 보기드문 진풍경이다. 이는 대우조선이 올2분기 3조원대 적자를 낸데 이어 대주주 산업은행의 부실한 경영관리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재계는 집중포화를 받는 대우조선을 우려 가득한 눈길로 보고있다.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갈 길 바쁜 대우조선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우조선은 강도높은 자구노력 중이다.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매물로 내놓았다. 여러해 같이 일했던 동료들도 떠나보냈다. 본사와 해외지사에 대해 산은의 실사도 받고 있다. 구조조정과 실사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지만 온갖 추측과 비난만 난무한다.
대우조선사태는 산업정책의 실종, 산은의 무능력, 정치권의 잦은 인사개입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저유가와 글로벌경기침체, 발주 감소 등 조선업체를 둘러싼 악재는 이미 차고 넘친다. 네탓내탓하면서 집안싸움을 벌일 시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적자의 원흉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도 결국 한국조선업의 미래성장엔진이다. 수조원대 달하는 해양플랜트를 만들수 있는 도크를 가진 조선소는 전세계에서 한국 빅3가 유일하다.
공정의 핵심인 건조기술도 빅3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한다. 경험부족으로 값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포기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한번 내준 시장을 되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때 조선강자였던 북유럽은 1980년대 한국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중국 조선업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업황에서 황금기를 준비했다. 자본논리에 널뛰면서 일관된 지원을 하지않던 한국과 대비된다.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잠시 알을 안낳는다고 배를 가를수는 없는 일이다. 대우조선이 쓰러지면 조선업도 흔들린다.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무차별적 매도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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