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토 확장이라니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는 차원이죠.”
문화 콘텐츠 기업 CJ E&M이 현재 엔터업계에서 가장 ‘핫’하다는 두 회사를 인수했다. 톱스타 전지현과 ‘별에서 온 그대’(SBS)의 박지은 작가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문화창고와 ‘태양의 후예’를 집필 중인 김은숙 작가가 소속된 드라마제작사 화앤담 픽쳐스를 최근 인수했다. 가요기획사 쪽으로도 세를 넓혔다. 가수 박재범, 쌈디가 공동 대표로 있는 힙합 레이블 AOMG와 가수 이효리의 소속사였던 B2M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가수 성시경, 빅스가 있는 젤리피쉬, 백지영이 속한 뮤직웍스, 손호영 등을 보유한 MMO 등의 지분도 확보하고 있다. 11일엔 배우 임수정의 영입설과 더불어 신생 매니지먼트사의 설립 계획이 흘러나왔다. 아직 “확정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으나, CJ E&M의 공격적인 행보에 엔터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 제작사, 채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공룡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탄생이다.
총 18개 채널을 보유 중인 CJ E&M은 ‘삼시세끼’, ‘꽃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지난 3년 사이 콘텐츠 강자로 떠올랐다.
플랫폼 권력자로의 권위를 누리던 지상파 방송3사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약해졌다. 시청자는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를 따라 이동했다. 획기적인 콘텐츠는 변방의 약자로 불렸던 케이블 채널에서 나왔다. CJ E&M 계열 tvN을 통해서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PD(이명한 나영석 신원호) 군단의 힘이었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히트 콘텐츠를 해마다 선보이자, 채널 파워가 성장했다. 현재 방송 중인 ‘응답하라 1988’은 17%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17%라는 시청률이 가능한 숫자라는 걸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고 말한다. 현재 방송3사 에서 방송 중인 미니시리즈 보다도 높은 수치다. 가장 성적이 좋은 드라마 ‘리멤버 : 아들의 전쟁’(SBS)보다도 2% 포인트 가량 앞선다. 최저 시청률은 4%(MBC 달콤살벌 패밀리)에 불과하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2015년을 기점으로 공중파 3사 시대는 저물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tvN과 같은 채널만 봐도 지난 한 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올해에도 탄탄한 드라마 라인업으로 톱배우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박지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라인업이 하반기 무렵 완성되면 올해는 CJ E&M의 지상파 추월을 확고히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 톱배우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대표 역시 “라인업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또 다른 톱스타의 케이블 입성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에 방송 콘텐츠와 채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기도 하지만 탄탄한 제작사와 톱작가를 끌어안으며 라인업을 잘 챙겨간다면 기존 방송 플랫폼의 영토전쟁도 CJ E&M을 중심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봤다.
▶ ‘독과점 우려’…통제 장치 부재의 아쉬움=이미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CJ E&M이 650억원을 들여 드라마 제작사와 매니지먼트를 인수하자,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다양하다. 방송사, 매니지먼트사, 드라마 제작사 간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tvN을 중심으로 한 CJ E&M에서 우수한 콘텐츠를 많이 생산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업계에서 평가절상된 부분이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신규 편성률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파괴력을 지닌 콘텐츠는 손에 꼽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CJ E&M이 톱작가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와 드라마제작사를 인수하는 과정은 “콘텐츠 확보 차원”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CJ E&M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들은 CJ E&M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 차원의 업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기업인 CJ E&M의 공격 행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영역 확장이 독과점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회사에 소속된 회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톱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소속 톱배우가 출연하고, 소속가수는 OST를 부르고, 보유 채널에서 드라마를 트는 구조”로 인해 “생태계가 흐트러질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CJ E&M은 이와 관련 “기존 회사들과 독자적인 운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엔터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주제작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비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외주제작이 자리 잡은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제작사들은 작가 계약, 배우 캐스팅, 광고 협찬 등 드라마 콘텐츠의 모든 기획을 책임진다. 그러나 수직계열화가 고착되면 수많은 외주제작사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콘텐츠 기업이기 때문에 제작을 겸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지만, 채널파워를 가진 사기업이 매니지먼트까지 운영할 때 독과점 구조로 들어갈 부분이 있다“며 ”기존 제작사들이 제작 대행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시각 역시 나온다. 복수채널사용사업자가 매니지먼트와 제작사를 겸한다고 반드시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많은 매니지먼트사는 제작에, 제작사는 매니지먼트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한 회사 안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구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의 숱한 드라마제작사가 매니지먼트를 겸했으나, 소속배우가 자사 드라마에 출연하는 사례는 극히 일부였다. “소속배우의 눈높이가 높아 출연을 꺼리는 경우도 상당했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엔 당연히 배우가 나오니 자기 배우를 쓸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것이다.
다만 미국, 영국 등 다른 문화선진국의 시장을 보면 독과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자금력을 가진 회사가 이 같은 행보를 갈 때 통제 장치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다양성과 ‘건강한 경쟁’ 위한 대항마 =CJ E&M의 최근 행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건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신흥강자의 등장을 도리어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톱배우가 소속된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큰 시장을 그려가며 현재 CJ E&M의 행보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긍정적인 반응은 최근 엔터업계 전반에 밀려들어온 ‘차이나 머니’ 여파로 인해 나왔다. 지난 3~5년 사이 중국 자본이 물 밀듯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영화 배급사, 드라마 제작사, 연예기획사가 이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상장한 엔터 회사가 10년 동안 상장한 회사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엔터시장에 우후죽순 밀려든 중국 자본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차이나 머니’ 공습 이후에 대한 고민이 크다. 탄탄한 연예기획사,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은 “국내 엔터산업이 중국 자본에 잠식될까 우려가 컸는데, 차라리 국내 신흥강자의 등장이 다행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힘들게 일군 국내 기획사나 제작사가 중국으로 팔려가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뭉쳐 더 많은 이익과 효과를 내겠다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엔터업계는 항상 콘텐츠 부족에 시달려왔는데 신흥강자를 통해 콘텐츠가 채워지면 더 큰 힘이 생길 것으로 본다. 또 CJ E&M이 스타까지 확보하면 시장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기존 SM YG JYP 등 가수를 기반으로 배우 라인을 구축한 건강한 견제 세력이 있으니 대기업이라고 독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는 의견도 나왔다.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들이 CJ E&M발 지각변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시장에 고착된 갑을구조를 깨줄 수 있는 강자의 등장이라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기존의 권력 구조를 깨주는 지상파 방송사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CJ E&M과 드라마 제작사 간의 협력 및 계약구조가 이 같은 기대감을 나오게 한다. 현재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4억원으로 뛰어오른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제작사에 50% 가량의 제작비를 제공하고, 저작권을 방송사에 귀속시킨다. 한 관계자는 “CJ E&M의 경우 제작비를 100% 지급하는 데다, 드라마 저작권을 제작사에 주는 구조도 나오고 있다. 다른 방송사에 비해 열린사고를 가진 채널이라는 점에서 제작사 입장에선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독과점의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해 지상파의 권력을 넘는 또 다른 기업이 등장할 수 있으나 아직은 확답을 내리긴 힘들다. 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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