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 계엄 국무회의 관련 첫 구체적 설명

“尹, 외교장관이 취할 조치 서너줄 적은 종이 줘”

“70년 쌓은 성취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만류”

“박차고 뛰어나오는 건 쉬우면서도 비굴한 선택”

답변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양근혁 기자] 12.3 계엄 국무회의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하기 직전까지 국무위원들이 만류했으나, 윤 대통령은 “지금은 더 이상 무를 수 없다”며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외교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 사항을 종이에 적어 전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3일 국무회의 상황에 대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설명했다. 조 장관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 의사를 밝힌 국무위원이다.

조 장관은 “(3일) 오후 8시50분쯤 도착해 오후 9시에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받아 들어가니 4~5명의 국무위원들이 와 계셨다”며 “(자리에) 앉자마자 대통령님이 비상계엄 선포를 할 생각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종이 한 장 주셨다.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간략히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아 당시 받은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며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나고, 서너 줄 줄글처럼 돼 있었다”고 기억했다. 조 장관은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상황이 있으면 했을 조치라고 생각해서 (종리를)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종이는 현장에 놓고 나왔다고 한다.

조 장관은 “국무총리께서 외교부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쭤보시길래 여러 차례에 걸쳐서 외교적 파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70년간 쌓아 올린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심각한 사안이라고, 재고해달라고 거듭 요청드렸다”라며 “(대통령께서) 거기서 여러 말씀하신 것은 어제 담화와 비슷한 취지의 말씀하시면서 ‘이건 나의 판단에서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오후 9시10분까지 집무실에 있었던 국무위원들은 집무실 옆 대접견실로 자리를 옮겼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은 걱정과 우려, 토론을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한 총리를 불렀고,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고, 이후 20~30분 사이에 국무위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앞서 한 총리는 “국무회의를 개최하려 했던 것은 계엄의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의견과 걱정을 제시해 막고자 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시시각각 다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회의를 열고 토론할 환경이 아니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몇 분이 (집무실에) 들어가셔서 의견도 내시고 반대 의견도 내셨고, 나중에 거의 임박해서 오신 몇 분의 장관님들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었고 상황 파악이 안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에게) 들어가서 안 된다고 말씀드리시라고 했고, 여러번 집무실에 들어갔다 온 분들이 있다”며 누가 들어갔다 왔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최 부총리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들어가셨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발표하러 나간다”고 했고, 조 장관은 다시 일어나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재고해 주십시오”라고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은 “상황이 다 이미 종료된,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더 이상 무를 수 없다”고 말한 후 발표하러 갔다고 조 장관은 밝혔다.

앞서 당일 오후 10시10분~15분에 도착했다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중간에 회의실에 들어와서 했던 첫 마디가 “누군가와 의논하지 않았다”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규약 중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라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공공사태에서 예외적으로 규약에 이탈하는 조치를 할 수 있으나 유엔 사무총장을 통해 다른 당사국이 즉시 이를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다자협약 규정 준수도 중요하지만, 한미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과 조율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해서 전념했기에 그 외에 관련되는 세부적인 사항을 일일이 챙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계엄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왜 받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부터 계엄 해제까지 몇 시간 동안은 제가 외교장관직을 사임할 것인가 하는 개인적 신념과, 또 외교장관으로서 해야 될 책무를 감당해야 되는 사명감 사이에서 깊은 고뇌와 갈등을 거듭한 시간이었다”며 “소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하면서 무슨 내용을 가지고 소통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소통하는 것은 상대방을 오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미뤘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씀 국민께 해달라’는 이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람이 말을 할 자격이 없지만, 혹자는 그 자리에서 박차고 뛰어나오지 못한 국무위원 한 사람 없다고 비판을 하지만, 박차고 뛰어나오는 건 가장 쉬운 선택이면서도 비굴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끝까지 만류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13일 국회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