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법적 취지는 좋으나 적용 대상과 액수가 너무 과도해 이대로 두면 내수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헌재의 위헌여부 판단과 무관하게 법제처에 이의 제기를 하기로 했다”며 “자칫 입법부에 대드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법안이기에 관계된 행정부처 장관 청장이 나설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극심한 내수 침체를 우려해 김영란법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2년 제안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이 100만 원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할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3만원 넘는 식사대접이나 5만 원 이상의 선물, 10만 원 이상의 경조사비도 금지하고 있다.

이의제기에는 농림축산식품부(농진청 포함),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중기청 포함)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나서고, 이 장관이 대표로 국무총리 재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절차상 법제처에 이의제기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다. 다음은 이 장관 일문일답.

-법적 이의제기를 하는 이유는.

▶헌재의 위헌여부 판결과는 무관하게 법제처에 법적 이의제기를 하려 한다. 법이 갖는 명분과 당위성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범위가 과도해 이대로 두면 농촌 경제는 하루 아참에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당장 다가오는 추석이 큰 고비가 될 것이다.

-이미 국회 본회의 통과에 이어 대통령도 재가했고 규제개혁위원회도 원안대로 심의 통과한 법률인데.

▶이 법의 취지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원안 통과에 대한 여론이 존재해 행정부도 판단을 내리기 곤란한 상태였다. 하지만 국회 눈치를 볼 겨를이 없게 됐다. 마치 입법부에 대드는 것 처럼 보이더라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법안이라는 판단에 관계 부처 장관이나 청장이 나섰다. 법적으로도 관계부처간에 이견이 있는 경우 정부 입법정책협의회에 상정해줄 것을 법제처장에게 공식 요청할 수 있다.

-윗선과 상의했는지.

▶농식품부, 해수부, 농진청 등이 법제처에 이의제기키로 하고 엊그제 황교안 국무총리 만나 “총대를 매겠다. 항명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며 양해를 구했더니 충분히 고충을 이해하고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구두 재가를 받은 것으로 보면 된다.

-농민단체는 연일 시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액도 예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 피해액이 중구난방이어서 제대로 파악하라는 지시를 했고 결과도 나왔다. 정치권 역시 법이 갖는 명분에는 입장을 같이 하면서도 그에 따른 내수 침체 등 피해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법제처의 현명한 판단이 있게 되면 법적인 수정 과정도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1박2일로 이번 주말 예천세계곤충엑스포, 울산지역 등을 다녀 오기로했다던데.

▶쉴 여유가 있겠나. 며칠 전에는 용인에 있는 한우 직거래 판매장을 찾아 수급동향을 점검하고 가격 안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번 주말에는 휴가를 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 특히 예천에 가서 곤충박람회 현장을 방문하기 전에 한우 생산 농가를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 방안을 찾아 보려 한다. 내가 알기로는 이 한우 생산농가는 생존을 위한 남다른 비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 파악해서 전체 한우 농가가 공유하도록 유도해 볼 참이다.

-축산업계가 특히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상황은 어떤가.

▶우리 축산업은 오래전부터 국민과 정서를 함께해 왔다. 특히 우리 축산업의 자존심인 한우는 1990년에 약 9000억 원에 불과하던 생산액이 2014년에는 4조 원 규모로 4배 이상 성장했다. 우리 농업ㆍ농촌의 기반산업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급과 가격불안, 구제역 발생, 가축분뇨 문제, 시장개방이 겹치면서 사면초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빈사상태로 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으로 음식업 8조4900억원, 골프업 1조1000억원, 소비재 및 유통업 1조9700억원 등 연간 총 11조56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찾은 중국 청두에서 “11조원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500조원의 0.7~0.8%로 1% 가까이 된다”면서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특정 산업에 영향이 집중되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고한 관습을 법 하나로 일거에 고치는 게 맞는 것인가”라며 “고위공직자, 장·차관, 고위공무원단, 판사·검사 같은 특수직 정도로만 한정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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