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닥친 뒤엔 늦다…예방·적응 중심으로 바꿔야”

폭염·집중호우 대응, 사후 복구에서 선제적 위험관리로 전환

한강버스는 교통·관광 기능 균형 필요…서울시가 운영 기준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생활권 녹지 연결해 도시 생태망 구축…마포서 시작해 서울 서북권 생태축 확장

이민석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이 2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재난 대응과 서울의 환경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이민석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이 2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재난 대응과 서울의 환경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한강이나 공원처럼 시민 눈에 바로 보이는 분야도 중요하지만, 먹는 물과 기후환경처럼 잘 보이지 않아도 시민 삶에 훨씬 밀접한 영역이 있습니다.”

26일 서울시의회에서 만난 이민석 환경수자원위원장(국민의힘, 마포1)은 향후 의정활동 가운데 ‘선제적 대응’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일상화되고 재난의 강도와 양상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하는 기존 대응만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충분히 지키기 어렵다고 봤다.

환경수자원위원회는 기후환경, 수자원, 공원녹지, 한강 등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분야를 다룬다. 이 위원장은 눈에 띄는 도시 공간의 변화뿐 아니라 아리수, 하수·방재시설, 기후위기 대응처럼 평소에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재난 발생 시 시민의 삶을 직접 좌우하는 기반시설까지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반복되는 폭염·집중호우…“복구보다 위험을 줄이는 도시로”

최근 서울에서 발생하는 집중호우와 폭염은 과거의 기상 패턴과 시설 기준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 방재 역시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한 사후 복구 중심에서 위험 자체를 사전에 낮추는 예방·적응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하수관로와 빗물펌프장 등 기존 방재시설의 처리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도시 곳곳에 빗물을 분산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원, 도로, 건축물 등에 빗물을 저장하거나 침투시킬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 집중되는 빗물을 여러 지점에서 흡수하는 도시 물순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대응도 과제로 제시했다. 침수 이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형, 토지이용, 배수체계, 주변 기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취약지역을 세분화하고 지역별 위험도에 맞는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후재난이 모든 시민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반지하주택 거주자, 고령자,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은 같은 규모의 폭우나 폭염에도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재난 발생 시 급수와 생활안전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한 선제적 방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이 위원장이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한 선제적 방재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아리수부터 공급망까지…기후변화 시대 ‘물안보’ 강화

상수도 정책 역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취수원, 정수장, 배·급수관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수질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폭염과 가뭄 등 예상하기 어려운 기후 상황에서도 시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물 공급 시스템 전반의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수자원 정책을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행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후재난과 도시 안전을 연결하는 기반 정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 수질 관리, 재난 시 비상급수 체계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수자원위원회가 담당하는 영역이 시민에게 잘 드러나는 공원이나 한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민이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는 상하수도, 방재시설, 기후환경 분야의 관리 수준이 결국 도시의 안전성과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한강, 관광 넘어 시민 일상 속 수변공간으로

한강 정책에서는 수변의 문화·관광적 활용과 함께 시민 접근성과 생태적 기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강버스를 비롯해 유람선, 각종 축제, 정원박람회 등 한강을 활용한 문화·관광 콘텐츠가 확대되면서 한강의 도시적 활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실제로 한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고 봤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간선도로가 한강과 주거지역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수변공간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행 접근시설을 확충하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과 한강의 연결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강을 특정 행사 때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출퇴근과 산책, 운동, 문화활동 등 시민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생활권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이 한강의 교통·관광 기능과 시민 접근성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이 위원장이 한강의 교통·관광 기능과 시민 접근성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한강버스 논란에는 “정치보다 운영 기준과 시민 편익 봐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강버스에 대해서는 교통수단과 관광자원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교통과 관광의 수요가 결합된 형태로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공방에 떠밀려 결론을 내리기보다 서울시가 운영 방향과 기준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강버스가 안정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제 이용객의 이동 패턴, 접근성, 운항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며 관광 측면에서는 한강의 수변 콘텐츠와 연계해 이용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업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 시민이 실제로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교통과 관광이라는 두 기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라고 했다.

“공원 숫자보다 연결성”…생활권 전체를 하나의 녹지망으로

공원녹지 정책에서는 대규모 공원을 새로 조성하는 것보다 이미 확보된 녹지의 연결성을 높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형 거점공원, 소공원, 어린이공원, 마을쉼터, 가로녹지 등을 하천, 보행로, 자전거도로, 그린웨이 등으로 연결해 생활권 전체가 하나의 녹지망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녹지 면적을 늘리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시민이 거주지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녹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단절된 녹지를 연결해 도시 생태계의 이동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도시의 녹지를 개별적인 공원 단위로만 바라보기보다 서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 인프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녹지는 시민의 휴식공간이면서 동시에 폭염을 완화하고 빗물을 흡수하며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도시의 중요한 환경 기반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생활권 녹지를 연결한 도시 생태망 구축과 마포 지역 녹지축 확대 구상을 밝히고 있다. 양정원 기자
이 위원장이 생활권 녹지를 연결한 도시 생태망 구축과 마포 지역 녹지축 확대 구상을 밝히고 있다. 양정원 기자

월드컵공원·경의선숲길·한강…마포를 도시 생태축 거점으로

지역구인 마포구에는 이러한 녹지 연결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자원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월드컵공원, 난지·망원한강공원, 경의선숲길 등 주요 녹지자원을 생활권 녹지축으로 연결하고 장기적으로 안산과 용산공원, 남산공원 등 서울의 주요 녹지와 연계해 도시 생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월드컵공원은 과거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를 생태공원으로 복원한 대표적인 환경재생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폐기물 처리 공간이 시민이 찾는 대규모 생태공원으로 변화한 경험을 도시 환경정책의 자산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규모 공원을 제외하면 마포 도심 생활권에서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녹지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도 있는 만큼 기존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월드컵공원에서 한강으로, 경의선숲길에서 주변 생활권 녹지로 이어지는 연결망을 촘촘하게 만들면 개별 공원의 기능을 넘어 지역 전체가 하나의 녹색 생활권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탄소중립·자원순환, 시민·기업 참여 뒷받침해야

탄소중립과 자원순환 역시 환경수자원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할 분야라고 했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목표가 행정기관의 정책만으로 달성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시민의 일상적인 에너지 절감과 자원순환 실천, 기업의 기술 혁신과 친환경 투자 등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정책은 규제만으로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시민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인체계를 만들고 민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환경수자원위원회 역시 관련 조례의 제·개정과 예산 심사를 통해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이 위원장이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시의회, 견제 넘어 정책의 완성도 높이는 역할 해야”

시의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단순한 견제와 감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필요한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예산과 제도 측면에서 지원하되, 사업이 당초 목표에 맞게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정책이 발표되는 순간보다 실제 시민의 삶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규모나 예산 집행률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가 있었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환경 분야는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 사업이 많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녹지 연결, 기후적응 인프라, 물관리 체계 개선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만큼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시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100% 한쪽만 옳은 경우 많지 않아”…여야 협력으로 해법 찾아야

이 위원장은 구의원을 거쳐 재선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서울시의회에서 다루는 정책의 범위와 규모가 구의회와는 크게 다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동료 의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의원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여야 관계에서는 대립보다 조율에 무게를 뒀다. 정책마다 이해관계와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한쪽의 주장만으로 복잡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어떤 문제든 100% 한쪽만 옳은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다른 입장 사이에서 합리적인 지점을 찾아 조율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환경과 수자원 분야는 정치적 논쟁보다 시민의 안전과 생활 편익을 우선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책은 시민의 일상이 달라졌을 때 완성된다”

이 위원장이 환경수자원위원장 임기 동안 주목하는 지점은 정책을 발표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생활에서 실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기후재난 대응은 피해를 줄이는 데서 나아가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한강은 교통과 관광, 생태와 시민 접근성을 함께 고려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며, 공원녹지는 개별 공간을 넘어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생태 인프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정책을 벌여 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시민의 일상이 달라지고 삶의 질이 높아졌는지 끝까지 살펴보는 것이 위원장의 역할”이라며 “조금씩 성장한다는 생각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신명나는 정치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2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의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환경정책 성과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양정원 기자
이 위원장이 2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의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환경정책 성과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양정원 기자

7toy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