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TAPASㆍ강릉=김상수 기자]우린 드라마에 익숙하다. 월드컵 4강 신화는 항상 우리를 기대케 한다. 하지만, 기적은 기의한(奇) 일이기에 기적이다. 현실은 냉혹하다. 80분의 남북 단일팀. 한 골의 기적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절망만은 또 아녔다. 기적도 절망도 아닌 그 지점, 이날 경기는 마치 남북관계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북한 응원단은 역시나 온 관심을 끌었다. 화려하고 정확했다. 그래서 더 낯설었을까. 다른 관중은 북한 응원단을 지켜봤다. 신기한 눈빛이 쏟아졌다. 1피리어드가 끝날 무렵. 정확히 종료 4분55초 전. 북한 응원단이 파도타기 응원을 시도했다. 북한 응원단 좌석이 끝날 무렵, 파도는 조용히 끝났다. 북한 응원단 끝에서, 엉덩이를 잠시 들썩였으나 그뿐이었다. 낯설고 어색했으리라.

 1피리어드 종료. 또다시 북한 응원단은 파도타기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실패. 그러자 북한 응원단 공연은 변신을 꾀했다. 부채춤이 나왔다. 때마침 경기장에 음악이 흘렀다. 트와이스의 ‘cheer up’이다. “샤샤샤” 전자음과 한복, 부채춤이 공존했다.

 2피리어드 시작 후. 경기는 일방적인 패배로 흘렀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안타까웠다. 북한 응원단이 재차 파도타기를 시도했다. 또 실패했다. 또 시도, 또 실패. 이렇게 5번째 실패했다. 단일팀의 공격이 안타깝게 무위에 그쳤던 그 순간, 때마침 북한 응원단은 6번째 파도타기를 시도했고, 마침내 사람들이 움직였다.  경기는 이미 5대0. 하지만, 이날 경기의 절정은 단연코 이 순간이다. 누구의 간섭도 강요도 없이 파도가 그대로 경기장을 돌고, 또 돌았다. 남한도 북한도 환호성을 질렀다. 이 순간만큼은 경기장을 찾은 4244명 모두가 하나다.  이대로 끝나는 감동 드라마? 현실은 또 냉정하다. 3피리어드. 이번엔 워너원의 ‘나야 나’가 장내에 흘렀다. 누구랄 것 없이 따라 불렀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익숙한 멜로디에 자연스레 두 차례 박수를 쳤다. 북한 응원단은 침묵했다. 뒤이어 화려한 록 음악과 함께 치어리더 공연이 펼쳐졌다. 같은 시각, 북한 응원단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끝내 드라마는 없었다. 그렇다고 희망 역시 없었던 건 아니다. 남북 응원단은 서로가 낯설었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배려했다. 이날 모두가 함께 외친 구호는 “힘내라”였다. 우리에 익숙한 “파이팅”은 단 한번도 외치지 않았다. 월드컵을 휩쓸었던 ‘대한민국’도 단 한 차례 나오지 않았다.  dlcw@heraldcorp.com

 사진 = 이상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