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절대강자 백종원의 아성에 도전하는 라이벌이 등장했다. 1988년 KBS ‘TV유치원 하나 둘 셋’을 통해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출연자들이 백종원의 챔피언 벨트를 벗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50~60% 이상의 접속자 수를 자랑하는 백종원도 이번에는 대단한 선수를 만났다. 지난 12일 진행된 3시간 분량의 온라인 생방송에서 김영만 채널은 접속자 급증으로 30초 가량 방송이 중단됐다. 심지어 김영만은 온라인 생방송 이후 포털사이트를 1박2일간 실시간 검색어의 주인공으로 올랐다.
두 사람의 대결 과정은 오는 18일 본방송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들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짚어봤다.
▶공통점1. 자기만의 콘텐츠, ‘요리’ VS ‘종이접기’=3시간 분량의 인터넷 방송에서 클릭 한 번으로 이탈할 수 있는 민감한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선 출연자가 보여줘야 하는 콘텐츠가 분명해야 한다.
연출을 맡은 박진경 PD는“시청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보고 있는 방송에서 무언가를 얻어가려고 한다. 그건 요리 레시피가 될 수도 있고, 입담이 될 수도 있으며, 남성 시청자에겐 여성 출연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과 김영만은 ‘자기만의 콘텐츠’를 확보한 출연자들이다. TV를 단순히 시간 떼우기로 바라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겐 흥미로운 주인공인 셈이다. ‘쿡방’(요리하는 방송) 스타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간편한 요리를 선보이며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바로 써먹을 수 있거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요리한다. 특히 요리마다 “설탕 몇 스푼 간장 몇 스푼”이라는 조리법 대신 종이컵을 사용해 “반 컵, 한 컵, 두 컵”이라고 알려주니 이보다 쉬울 수가 없다.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의 무기는 종이접기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준비물은 준비해두면 좋다. 색종이와 딱풀, 색도화지, 가위, 색종이컵이다. 종이접기 아저씨는 단숨에 사자를 만들고, 종이컵 인형에 노란 눈을 칠한다. 형형색색의 종이들을 자르고 붙이고 이어 진기한 종이공예를 선보이며 다 자란 시청자들을 동심으로 이끈다.
▶ 공통점2. 소통의 달인들 ‘유행어’ vs ‘어록’=끊임없이 쏟아지는 채팅창의 대화를 가급적이면 놓치지 않고 읽어야 인터넷 방송에서 살아남는다. 백종원도 김영만도 그런 의미에서 ‘소통의 달인’들이다. 백종원은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선보이며 아낌없이 설탕을 뿌려넣어 ‘슈가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네티즌의 선물이다. ‘사과보이’라는 별명도 마찬가지다. 요리를 하던 중 백종원은 “브로콜리를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은 없어 보인다”라고 하자 네티즌들은 “초장에게 사과하라”라며 요구했다. 백종원은 이에 “저는 진짜 초장님에게 악감정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그 후로 백종원의 사과행렬은 계속 됐다. 네티즌들은 백종원의 당황한 모습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순수하게 반영하는 백종원의 모습에 ‘애플 보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심지어 그의 구수한 사투리가 전하는 “그럴싸하쥬?”는 유행어 반열에 올랐다. 백종원은 TV에 출연하는 방송인 최초로 시청자와의 경계를 완벽하게 허물며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선 소통의 신이다.
김영만의 소통력도 대단했다. 첫 등장부터 “친구들, 안녕하세요!”라며 등장한 그는 종이접기를 하면서도 채팅창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종이접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에 “어린이 친구들 이제 어른이죠? 어른이 됐으니 이제 잘할 거예요”라고 했던 한 마디에 채팅창은 눈물바다가 됐다. 종이컵 인형 눈을 노란색으로 만들자 “인형 눈이 황달이네”라는 네티즌의 이야기엔 “여러분 어렸을 땐 코를 파랗게 하고 빨갛게 해도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여러분 이제 다 컸구나, 어른이 다 됐네. 그런 눈과 마음으로 앞으로 사회생활 열심히 하는 거예요”라고 한다. “어려우면 엄마한테 부탁해보세요”라는 김영만의 이야기에 “엄마가 환갑”이라고 네티즌이 반응하자 “환갑이신 어머니께 테이프 좀 붙여주세요 해보세요.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라고 말한다. 이 말들은 김영만이 ‘마리텔’에서 남긴 3대 어록으로도 꼽힌다.
▶ 차이점. 특정세대의 추억=두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는 딱 한 가지다. 백종원은 여전히 절대강자이지만 이를 위협하는 김영만은 특히 ‘마리텔’의 주 시청층과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추억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대중문화계의 인기코드였다.
김영만이 처음 등장한 1988년,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세대는 이제는 다 자라 20~30대가 됐다. 김영만에 대한 기억은 특정세대에게만 존재하는 추억이다. 1982년생인 프로그램의 박진경 PD 역시 김영만을 보고 자랐고, 거기에 네티즌의 요청이 잇따라 김영만을 섭외했다. 이들 세대에겐 잊지 못할 기억을 안긴 김영만은 그러나 50대 이상의 대부분의 세대에겐 김영만은 생소한 얼굴이다.
이제는 어른이 돼 살아가고 있는 이들 세대는 만만치 않은 세상을 산다. 힘들었지만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고, “종이접기가 제일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됐는데 “세상살이는 여전히 힘든” 현실이다. 투정을 부리는 것도 배 부른 사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강요받았기에, 험난한 세상에 취업은 물론 연애도 결혼도 포기하는 세대는 그저 어른들의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입을 꾹 다문채 달려가야만 했다.
김영만의 등장은 이들 세대에게 위로였다. 그 때에도 지금도 이 세대를 ‘코딱지’라 부르는 그는 다 자란 아이들이 실수를 해도, 조금 늦어도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준다. “괜찮다, 잘 할 수 있을 거다” 라는 그 말들에 담긴 진심은 이 특정세대가 유년의 기억을 공유하며 다시 또 살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됐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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