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 AI시대 ‘SenGPT’<3·끝>
2024년 노벨상은 우리나라에 각별했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공지능(AI)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의 토대를 놓은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에게, 화학상은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에 기여한 데미스 허사비스 등에게 돌아갔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문학과 인간의 지능을 닮은 기술이 같은 해 노벨상의 무대에 오른 것이다.
디지털 전환(DX)을 넘어 AI 전환(AX)은 일상이 되었다. 질문 한 줄이면 보고서 한 편이 만들어지는 시대다. 그러나 편리함 뒤에는 그림자도 있다. ‘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은 노벨상 시상식 연회 연설에서 AI의 급속한 발전이 불러올 단기적 위험과 함께 장기적·실존적 위협을 경고했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AI에 의존하는 ‘생각의 외주화’로 학생들의 사고력이 약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AI는 어떻게 쓰여야 할까. 학생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 교사는 교육활동 외의 업무에 적지 않은 시간을 쓰고 있다. AI가 이 부담을 덜어준다면 교사는 어디에 시간을 쓰게 될까.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을 누가, 무엇을 위해 쓰느냐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람 중심의 AI·디지털 대전환을 목표로, AI를 교직원의 교육활동과 업무를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교직원 전용 AI 서비스 ‘SenGPT’를 구축·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enGPT는 서울시교육청과 민간기업이 협업해 구축한 공공 AI 서비스로, 국내외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사용자가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서울교육의 AI 맞춤형 교수학습플랫폼 ‘SEN스쿨’과 연동해 소속 교직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직원들은 지난 9월 한 달에만 SenGPT를 56만 회 이상(약 90억 토큰) 사용했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업무 효율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유료 AI를 따로 구독하지 않아도 여러 최신 모델과 서울교육 전용 에이전트를 쓸 수 있어, 공공 AI가 교직원의 AI 활용 격차를 줄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대화 내용과 업로드 자료를 AI 학습에 쓰지 않고 외부에 남기지 않는 보안 체계는 현장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신뢰의 토대다.
변화는 교실에서 더 선명하다. SenGPT를 활용한 현장 교사들은 AI가 단순히 업무를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교사가 학생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고 말한다. 교사들은 AI가 교사의 시간을 돌려주고, 학생의 교육 참여 기회를 넓히고 있다고 언급한다. 기술이 덜어준 짐만큼 교사는 학생 곁에 더 오래 머물고, 교실은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배움의 공간에 가까워진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까지 서울교육의 업무 매뉴얼과 장학 자료를 학습한 공식 에이전트를 추가하고 더 많은 교직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 기반도 넓혀갈 계획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학교가 실제로 체감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되, 개인정보 보호와 AI 윤리 기준은 더 촘촘히 다듬겠다.
앞서 기술을 누가, 무엇을 위해 쓰느냐고 물었다. 서울교육의 답은 분명하다. 사람이, 배움을 위해 쓰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 곁으로 돌아가고, 학생이 스스로 묻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며,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되도록 교육행정이 뒷받침하겠다. 기술에 끌려가는 교육이 아니라 기술을 교육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교육, AI 시대의 주인을 길러내는 그 길을 서울교육이 공공 AI로 열어가겠다.
정근식 서울특별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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