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GSO
무분별한 알트코인 상장에도 강한 경고
“디지털엑스, 거래소 아닌 투자플랫폼”
내년 흑자 목표…배당보다 자본 축적
박현주(사진)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는 디지털엑스를 단순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실물연계자산(RWA)·증권형토큰(STO)을 아우르는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알트코인 상장 관행을 겨냥해서는 고객 손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회사 수익을 위해 상품을 공급하는 것은 “사기”이자 “범죄 행위”라며 투자자 보호를 강조했다.
박 회장은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엑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 강연에서 “우리가 코빗을 인수한 것은 단순히 ‘코리아 비트코인’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크립토, 스테이블코인, RWA, STO 등 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디지털엑스의 2027년 흑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내년에 흑자가 난다고 바로 배당하면 안 된다”며 “회사가 성장하려면 자본을 축적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흑자 달성 이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디지털엑스 이용 고객에게도 증자 참여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알트코인 상장 관행에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한국 거래소에만 상장된 알트코인이 거의 300종에 달한다”며 “내 입장에서 보면 이는 사기를 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객 손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수수료와 성과를 위해 상품을 공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 행위”라며 “그런 일을 하려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미래에셋의 기업공개(IPO) 원칙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고객에게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공모주를 권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내부적으로 제동을 건다며 “고객이 손해 볼 가능성을 알면서도 수수료나 성과를 위해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엑스에는 가상자산 거래에 집중된 조직과 사업을 스테이블코인·RWA·STO 분야로 넓힐 것을 주문했다. 금·은 등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골드코인’과 전력 생산자산을 연계한 ‘전기코인’ 등을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박 회장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하지만 실제 금은 아니다”며 “중앙은행들이 금을 대규모로 매수하는 상황이라면 금 기반 골드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STO 시장 진출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STO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의 자산을 잘게 나눠 토큰화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경을 넘는 크로스보더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주장하는 것은 개념적으로 잘못됐다”며 통화·금융정책의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효용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회장은 “결제의 본질은 페이먼트”라며 “은행이나 증권사 계좌 하나로 어디든 돈을 보낼 수 있다면 결제 매개수단으로 반드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굉장히 잘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퀘스천”이라고 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미국 국채 수요를 만들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며 “이용자에게 시혜를 주기 위해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단기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리더 그룹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의 의미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 일부가 돈을 벌었지만 국가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냐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논의도 이러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가상자산 투자에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비트코인에 투자하더라도 자산의 일부만 투자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이 쌀 때 산 사람은 돈을 벌었을 수 있지만 가격이 크게 오른 뒤 뛰어든 사람 중 돈을 번 경우는 많지 않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혜림·경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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